캠핑은 감성이다

사는이야기 2020. 10. 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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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제 막 캠핑을 시작하려는 동료를 보았다. 조금 더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자꾸 가르치려 드는 직업병이 있다. 몇 마디 도움말을 하다가 참았다. 여기저기 정보가 차고 넘치는데 새삼스럽게 여길까 걱정해서다. 게다가 캠핑에서 얻고자 하는 바가 다를 수도 있다. 옛날에 오마이블로그에 썼던 글을 정리할 생각으로 열어보다가 내 소소한 캠핑 역사를 적기로 했다.

2009년 7월 처음으로 산 텐트를 거실에 쳤다. 이제는 훌쩍 자란 아이들이 사진 속에는 꼬마다. 이때는 별다른 생각도 없이 그냥 텐트만 샀다. 침낭도 없이 이불을 싸들고 처음 떠난 캠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백담사 들어가는 계곡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잠들던 날이 아이들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 후로 부지런히 캠핑을 다녔다. 겨우내 참았다가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캠핑을 시작했다. 침낭을 비롯해 식탁과 의자를 샀다. 망상 해수욕장에서 자던 어느 날 세찬 바람에 플라이가 찢어지고 말았다. 수선이 어렵다기에 그늘을 만드는 타프도 샀다. 햇살이 따사로운 아침에 눈을 뜨고 내다보는 풍경은 가슴을 폭신폭신하게 만든다. 그렇다. 캠핑은 감성이다.

큰 맘먹고 화로를 산 날, 아이들은 불장난으로 즐거워했다. 타닥 타탁 타들어 가는 장작을 보며 마시는 소주는 달다. 아무래도 낮보다는 밤이 조금 더 감성에 젖게 만든다. 비가 오면 어쩌나 걱정하지 말라. 비 내리는 밤에 텐트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 일도 운치 있다. 별빛 가득 쏟아지는 밤과는 다른 감성이 있다. 바비큐가 있어도 좋지만 없어도 좋다. 대충 만드는 짜장밥도 나무 그늘 아래서 먹으면 맛있다.

지금은 짐이 훨씬 더 많이 늘었지만 차를 바꿔야 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이제 다 자란 아이들이 도통 캠핑을 따라나서지 않는 것이 문제다. 벌써 찬 바람이 부는데 아직까지 못 갔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면 아내와 둘이서 다녀야겠다. 아니면 캠핑카를 하나 장만할까 허튼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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