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을 하고 싶다

사는이야기 2020. 10. 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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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은 내게 아주 오래된 취미다. 나무를 자르고 사포질을 할 때 나는 향을 무척 좋아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손을 놓고 지낸 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관심을 버리지 못하고 기웃거리다 보니 인공지능이 자꾸 공구 광고를 띄운다. 공구를 보면 손이 근질거린다. 아쉬움을 달래고자 내가 만든 작품?을 정리해 두고자 한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 왔을 때 만든 의자다. 새로 입주한 집들 인테리어 공사하고 버려진 각재를 주워다 만들었다. 가진 거라곤 톱과 드릴이 다였던 때라 무척이나 힘들었다. 사포질도 손으로 했다. 베란다에 두고 차를 마실 때 쓰려고 했다가 한동안 소파를 대시해서 거실을 지키던 녀석이다. 지금은 베란다로 쫓겨나 잡동사니를 짊어지고 있다.

레고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만든 장식장이다. 정말 무모한 도전이었다. 인터넷 철물점에서 판재를 재단해서 샀다. 만들다가 남은 목재가 있어 계획에 없던 문도 만들어 달았다. 사진으로는 깔끔해 보이지만 여기저기 흠이 아주 많다. 그러나 아직도 레고를 품고 아들 방을 지키고 있다.  

컴퓨터를 놓는 책상도 만들었다. 아이가 둘이라 컴퓨터를 하나 더 사면서 긴 책상이 필요해서 만들었다. 컴퓨터를 넣는 부분을 둘 만들어서 판재를 결합하지 않고 올려놓기만 했다. 사진에 있는 벽에 걸린 액자도 만든 것이다.

꼬마 의자는 영월 상동고등학교 관사에 살 때 만들었다. 어린이집 다니던 아이들을 위한 의자다. 버려진 각재를 주워서 만들었지만 칠을 하고 나니 예뻐서 아이들이 다 자라서 앉을 수 없게 되었지만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있다. 높은 데 있는 물건을 내릴 때 쓴다.

컴퓨터 책상 만들고 남은 목재로 아내가 쓰는 화장할 때 쓰는 의자도 만들었다. 모양은 허술하지만 아주 튼튼해서 아직까지 잘 쓰고 있다. 구조가 딱 맞아서 딸아이를 위해서 이거랑 똑같이 하나 더 만들었다. 요즘은 중학생도 화장을 한다.

다음은 작품은 목공이 가진 매력을 잘 보여준다. 버려야 할 사과 상자를 다시 살려냈다. 찻잔을 옮길 때 쓰려고 만들었으나 지금은 잡동사니를 담아 두는 용도로 쓰고 있다.

좋아하는 야영을 할 때 필요한 것도 만들었다. 등을 기대고 쉴 때 쓰는 의자와 냄비 받침대를 만들었다. 유명한 야영 장비 누리집에 있는 사진을 보고 베껴서 만들었다. 네이티브가 들어가는 이름이었는데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이들을 만들 때 불로 그을린 다음 사포질 하는 기법을 썼는데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한두 번 쓰고 창고에 넣어 두었다. 어깨너머로 보고 만든 탓에 앉아 있으면 편한 자세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거실에 놓은 책꽂이도 손수 만들었다. 이제는 아이들이 다 커서 쓸모가 없는 그림책이 아직도 많다. 너무 두꺼운 판재를 써서 모양이 날렵하지 못하고 뒤판이 없어서 벽에 기대 놓고 쓰지 않으면 책이 뒤로 빠지는 단점이 있다.

나무는 살아서 우리에게 산소를 만들어 주다가 죽어서도 쓸모 있는 뭔가가 된다. 원목 가구가 주는 느낌이 좋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든 가구라면 더더욱 느낌이 좋다. 인도네시아 밀림이 벌목되어 사라지고 있다는 다큐를 보았다. 잘려진 나무는 주로 가구를 만드는데 쓰인다고 한다. 멀쩡한 가구를 유행이 지났다는 이유로 혹은 새집으로 이사한다는 이유로 버리고 새로 장만하는 것은 지구에 부담을 주는 일이다. 요즘 가구는 대부분 엠디에프로 만든 까닭에 재활용하기 어렵지만 혹시 버리려는 원목 가구가 있다면 목공을 배워서 되살려 쓰면 지구에 조금 덜 미안하지 않을까 싶다. 은퇴하고 나면 층간 소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집을 얻어서 반드시 목공을 다시 시작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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