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고 동네 한 바퀴

사는이야기 2020. 10. 9.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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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피일 미루다가 오늘 자전거 손잡이를 바꿨다. 워낙 오래되어서 떡처럼 찐덕해진 손잡이를 새것으로 바꾸고 나니 기분이 좋다. 천천히 타고 달려 본다.

아무 생각 없이 타다 보니 어린 시절 살던 동네다. 원주중학교 바로 옆 동네. 학교 들어서면 바로 만나는 나무는 내가 꼬마였을 때도 저 자리에 있었으니 수령이 60년은 훌쩍 넘었을 것이다. 학교 바로 건너편에 성당이 있으니 자리는 참 좋은 동네다. 건너 마을로 가는 골목은 성당 벽에 그림을 그려놓은 걸 빼면 옛날 그대로다. 건너 마을 구만이는 아파트가 들어선 지 오래다. 마을은 두 동강 나고 막다른 골목이 생겼다. 그래도 차가 들어가는 널찍한 골목을 가진 동네는 잘 사는 동네다.

아래 두 사진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서 있는 집이다. 길 건너도 옛날엔 산이던 곳인데 고층 아파트 숲이 되었고 길 이쪽은 아직 커다란 밤나무가 버티고 서 있다. 누군가 살고 있는 집이 옛날엔 초라해 보였는데 오늘은 나름 운치가 있어 보이는 것은 아파트에 질려가고 있는 탓이리라.

추사의 세한도에 나오는 집과 비슷한 이 집에 누가 살고 있을까? 앞에 갖가지 푸성귀를 심고 기르는 것으로 보아 무척이나 부지런할 것이다. 커다란 밤나무는 올해 얼마나 많은 밤을 주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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