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
사는이야기 2020. 10. 7. 14:33모레는 한글날이다. 갑자기 궁금해서 이것저것 찾아보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세종'과 '훈민정음'이다. 문자를 발명한 과정이 고스란히 밝혀진 글자는 아마 우리 '한글'뿐이지 않을까 싶다. 훈민정음 상주본을 가지고 있다는 배익기라는 사람이 무려 1000억을 요구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있다. 고등학교 시절 해례본 서문을 열심히 외우던 기억이 난다.
나라를 되찾고 만든 법률 가운데 6호는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이었음을 새로 알게 되었다. 이 법은 나중에 국어 기본법을 만들면서 폐지되었는데 한글 전용은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주장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 이승만을 비롯한 배운 사람들은 한자로 읽고 쓰는 일에 큰 어려움이 없었을 터 실제로 한글만 쓰기 시작한 것은 박정희 정권이 강력하게 추진한 1969년부터이다. 갑자기 박정희 대통령이 고맙다. 서슬 퍼런 독재 정권이 아니었다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아직 국한문 혼용에 머물러 있지 않았을까?
한글로만 쓰자는 운동에 반대한 국어학자도 많았다고 한다. 하긴 나도 어렸을 때 한글전용보다 국한문 혼용이 낫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대학 시절 어떤 수업에서 혼용을 주장하는 쪽에 서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그럴듯한 논리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붓글씨로 멋지게 쓴 한자가 뭔가 있어 보였고, 남들은 못 읽는 글을 읽으며 우쭐대기 위해서였다. 아무튼 이오덕 선생님과 같은 분들이 쓰신 책을 읽으며 차츰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이제는 한자말도 토박이 우리말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르렀다.
정확하게 따지자면 한글과 우리말은 구분해야 한다. 한글로 적는다고 모두 우리말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 방송을 보고 있자면 홀대받는 우리말이 너무나도 안쓰럽다. 이제는 아예 알파벳으로 적는 일이 다반사다. 상표를 비롯한 무언가를 부르는 이름 대부분이 영어이다 보니 한글로만 적는 일이 힘들기까지 하다. 이래서 조만간 사라질 언어에 우리말이 포함된 것이 아닐까 싶다. 나라에서 한글날을 맞아 아주 좋은 일을 하고 있다.
국회 법제실(사무총장 김영춘), 법제처(처장 이강섭) 및 국립국어원(원장 소강춘)은 제21대 국회에서 맞는 첫 한글날을 맞이하여 서로 힘을 합하여 “알기 쉬운 법률 만들기”를 위한 법률용어 정비를 추진한다.
지난해 10월 「알기 쉬운 법률 만들기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세 기관은 일본식 용어, 전문용어, 외국어 등 이해하기 어려운 법률 속 용어나 표현을 알기 쉽게 바꾸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고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등 상시적 협력 체계를 구축해왔다.
이번에 세 기관은 힘을 모아 법률 속 어려운 용어와 표현, 일본식 용어 등을 발굴하고 정비안을 마련하였으며, 이렇게 선정된 416개의 법률용어를 대상으로 해당 용어가 규정되어 있는 663개 법률을 국회 16개 상임위원회별로 일괄 개정하는 방식으로 법률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정비안에는 ① 어려운 한자어나 전문용어를 고유어로 순화하거나, 적절한 고유어가 없는 경우보다 쉬운 우리말로 정비하고, ② 국립국어원에서 2005년, 2012년에 발간한 일본식 어휘 자료를 바탕으로 부자연스러운 일본식 용어 또는 일본어 투 표현을 우리말 어법에 맞게 정비하며, ③ 권위적 용어나 문법에 맞지 않는 불명확한 표현 등을 정비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시건장치(施鍵裝置)를 잠금장치로 바꾸는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기사를 보니 개호$\rightarrow$간병, 빙점$\rightarrow$어는점, 공란$\rightarrow$빈칸, 잔고$\rightarrow$잔액, 명찰$\rightarrow$이름표, 절취선$\rightarrow$자르는 선으로 바꾸기로 했다.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이참에 고등학생도 쉽게 해석할 수 있는 법률이 될 때까지 힘써 주었으면 좋겠다. 나아가 국어기본법을 바꿔서 공문서뿐만 아니라 방송에서도 한글 전용을 강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로마자 알파벳으로 제 뜻을 쉽게 풀어쓰지 못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세계화도 좋지만 이러다가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간판도 못 읽어서 길을 헤매는 일이 일어날까 두렵다.
연번 | 정비대상 용어 | 순화 용어 | 정비기준 | 예 문 |
1 |
과태료에 처한다 |
과태료를 부과한다 |
권위적 표현 |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 ⇒ 과태료를 부과한다 |
2 |
구제(驅除) |
없애다 |
어려운 한자어 |
쥐, 위생해충 또는 그 밖의 감염병 매개동물의 구제(驅除) 또는 구제시설의 설치를 명하는 것 ⇒ 매개동물을 없애거나 없애는 시설을 설치할 것을 명하는 것 ※ 몰아서 없앤다는 뜻의 ‘구제(驅除)’를 우리말로 순화 |
3 |
보장구(補裝具) |
장애인 보조기기 |
어려운 한자어 |
의지(義肢)ㆍ보조기 및 그 밖에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보장구 ⇒ 보조기기 ※ 장애인의 활동을 도와주는 기구를 뜻하는 '보장구(補裝具)'를 쉬운 한자어로 순화 |
4 |
불복의 경우, 불복이 있는 경우 |
불복하는 경우 |
불명확한 표현 |
과징금 부과처분에 대하여 불복이 있는 금융지주회사등은 ⇒ 부과처분에 대하여 불복하는 |
5 |
비산 |
날림 |
어려운 한자어 |
석면의 비산으로 인한 대기오염을 ⇒ 석면의 날림으로 인한 |
6 |
사권 |
사법(私法)상 권리 |
축약된 한자어 |
법률행위나 그 밖에 사권(私權)에 관한 사실에 대한 ⇒ 그 밖에 사법(私法)상 권리에 관한 |
7 |
서훈 |
훈장·포장 수여 |
어려운 한자어 |
서울특별시 소속 공무원 등에 대한 서훈(敍勳)의 추천은... 서울특별시장이 한다. ⇒ 훈장ㆍ포장의 추천은 ※ 나라를 위하여 세운 공로의 등급에 따라 훈장이나 포장을 줌을 뜻하는 '서훈(敍勳)'을 쉬운 한자어로 순화 |
8 |
신서 |
서신 |
어려운 한자어 |
관세법 제256조·제257조 등의 規定에 의한 信書외의 郵便物에 대한 通關檢査節次 ⇒ 서신 외의 郵便物에 대한 通關檢査節次 ※ 편지란 뜻의 ‘신서(信書)’를 순화 |
9 |
오탁 |
수질오염 |
어려운 한자어 |
오탁(汚濁)방지막을 설치하기 위하여 점용ㆍ사용하는 경우 ⇒ 수질오염 방지막을 설치하기 위하여 ※ 더럽고 흐림이란 뜻의 ‘오탁(汚濁)’을 쉬운 한자어로 순화 |
10 |
음용수 |
먹는물, 마시는 물 |
일본식 용어 |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그 밖의 시설 및 전기통신을 이용하기 위한 시설로서 ⇒ 공중의 먹는 물을 공급하는 ※ 일본식 용어인 ‘음용수(飮用水)’를 우리말로 순화 |
11 |
전마용(傳馬用) |
연락용 |
어려운 한자어 |
본선에 속하는 전마용(傳馬用) 등으로 사용하는 선박 ⇒ 본선에 속하는 연락용 등으로 사용하는 선박 |
12 |
철형(凸形) |
볼록글자틀 |
어려운 한자어 |
등록번호판발급대행자는 자동차 등록번호판 제작용 철형(凸形)을 관리하는 경우 도난되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여야 한다. ⇒ 자동차 등록번호판 제작용 볼록글자틀을 관리하는 경우 |
13 |
초일 |
첫날 |
어려운 한자어 |
이 경우 초일은 산입한다. ⇒ 이 경우 첫날은 산입한다. |
14 |
추월 |
앞지르기 |
일본식 용어 |
주행 중인 차량을 추월하는 행위 ⇒ 주행 중인 차량을 앞지르기하는 행위 |
15 |
폐질 |
장해 |
어려운 한자어 |
공무로 인하지 아니한 사망ㆍ폐질ㆍ부상, 그 밖의 사고에 대한 급여 지급 사항 ⇒ 공무로 인하지 아니한 사망ㆍ장해ㆍ부상 ※ 고칠 수 없는 병이라는 뜻의 폐질(廢疾)을 쉬운 한자어로 순화 |
16 |
품행이 방정(方正)한 |
품행이 바른 |
어려운 한자어 |
경찰공무원은 신체 및 사상이 건전하고 품행이 방정(方正)한 사람 중에서 임용한다. ⇒ 품행이 바른 사람 |
17 |
풍치 |
경치 |
어려운 한자어 |
풍치(風致)의 보존을 위하여 사용되는 사찰 소유의 토지 ⇒ 경치의 보존을 위하여 사용되는 사찰 소유의 토지 |
18 |
한해(旱害) |
가뭄해 |
어려운 한자어 |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자연재해로부터 안정적인 농업 경영을 도모하기 위하여 한해(旱害), … 등에 필요한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 가뭄해, … 등에 필요한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 ‘가뭄으로 인하여 입은 재해라는 뜻의 '한해(旱害)'를 우리말로 순화 |
19 |
해태 |
게을리한 |
어려운 한자어 |
「공직선거법」의 규정에 따른 신고ㆍ제출의 의무를 해태한 자 ⇒ 신고ㆍ제출의 의무를 게을리한 자 |
20 |
휴지하다 |
(사업을) 휴업하다,(시설을, 운영을) 휴지하다 |
어려운 한자어 |
채무자의 영업을 계속하는 것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관리인은 법원의 허가를 얻어 그 영업을 휴지시킬 수 있다. ⇒ 그 영업을 휴업시킬 수 있다. ※ 멈추고 쉰다는 ‘휴지(休止)’를 그 대상이 사업인 경우에는 ‘휴업(休業)’으로 명확히 하면서 순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