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 좌표와 0점 사격

수학이야기 2021. 6. 1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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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수학 시간에 좌표평면을 시작한다. 좌표는 아주 간단한 개념이지만 수학사를 통째로 바꿔버린 위대한 발명품임이 분명하다. 좌표 없는 수학은 상상할 수 없다. 흔히 데카르트가 천장 위에 앉은 파리의 위치를 정확하게 나타내는 방법으로 좌표를 고안했다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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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Math 근대수학의 혁명, 좌표]

모르는 곳도 척척 찾아갈 수 있게 해 주는 네비게이션 네비게이션 속에는 평면위의 점을 X좌표와 Y좌표의 순서쌍으로 나타내는 수학의 원리가 숨어있습니다. 좌표는 누가 생각했고 어떻게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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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 있는 위도와 경도가 좌표를 도입하는데 딱이다. 하지만 전혀 좌표에 개념이 없으면 그렇게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은 모양이다. 뭔가 다른 이야기도 필요하다. 뜬금없지만 좌표 하면 언제나 '0점 사격'이 떠오른다. 중학교 1학년 꼬마들에게 군대 이야기가 와닿을 까닭이 없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적어둔다.

때는 무지하게 오래전, 1991년 1월 입대를 하고 처음으로 사격을 하게 된다. 배치를 받은 자대는 이제는 해체된 사단인 27사단 이기자 부대였다. 운이 더럽게 없어야 간다는 예비사단으로 끝도 없이 걷는 행군으로 악명이 높았지만 사격장 군기도 상당히 엄청나게 셌다. 기준에 미달되면 사격장에서 내부반까지 기어 오거나 굴러서 와야 했다.

그 시절 보병은 개인화기로 M16 소총을 사용했다. 인터넷에서 0점 표적지를 찾았는데 추억이 새록새록 샘솟는다.

0점 사격이란 무엇인가?

주워들은 이야기로 지급받은 소총을 개인 사격 습관에 맞도록 기준점(0점)을 조정하는 일이다. 사격에선 가늠자와 가늠쇠 그리고 표적을 일직선으로 만드는 조준선 정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애초에 0점이 맞지 않으면 조준선 정렬을 아무리 잘해도 명중은 어렵다.

처음 사격을 하는 이등병은 먼저 0점 사격을 한다. 0점 사격장에서 0점 표적지와 실탄 9발을 받는다. 25m 앞에 표적지를 놓고 먼저 탕탕탕 3발을 쏜다. 표적지를 확인했을 때 3발이 작은 삼각형으로 모여 있다면 실력이 좋은 것이다. 이것은 탄착군이 형성되었다고 말한다. 실력이 없다면 아주 큰 삼각형이거나 심지어 표적지에 구멍이 3개가 아닐 수도 있다. 이러면 난감하다.

대충 구멍이 모여 있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원점(가운데 점)에서 떨어진 정도를 살피고 가늠자와 가늠쇠를 조정한다. 가늠자는 좌우로 움직이고 가늠쇠는 상하로 움직인다. 돌리는 방향은 표적지에 그려져 있다. 가늠자는 돌리는 방향과 같은 쪽으로 이동하고 가늠쇠는 오른쪽으로 돌리면 위로 왼쪽으로 돌리면 아래로 이동한다. 옛 기억을 더듬어 대충 엠16 소총을 그렸다.

좌표와 평행이동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 엄청나게 간단한 일이지만 의외로 이걸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병사가 참 많았다. 가늠자는 $x$축 방향으로 가늠쇠는 $y$축 방향으로 탄착군을 평행이동시킨다. 주어진 탄은 아홉이니 기회가 세 번 있는 셈이다. 이 기회를 놓치면 실제 사선에 올라서 탄환이 맞는 곳을 보고 감으로 조정할 수밖에 없는데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0점 사격에서 가운데 표적을 맞추지 못하면 군생활이 심하게 꼬인다. 사격장에 갈 때마다 스트레스가 오르고 측정이라도 걸리는 날에는 온갖 구박을 한 몸에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날을 위해 좌표 평면을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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