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누고 와도 되나요?

사는이야기 2007. 10. 3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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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올라온 많은 기사들을 읽다가 글쓰기 공부를 하기로 했다. 맘에 드는 기사에 나온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 문장 쓰기>를 읽었다. 혼자만 보기엔 아까운 책이다. 읽고 나니 우리글을 사랑하는 선생님의 마음이 존경스럽고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썼던 일이 부끄러워진다.


어떤 글을 어떻게 써야 좋은지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많은 보기를 들어서 꼼꼼히 적고 있다. 책에 쓰인 대로만 할 수 있다면 멋지고 아름다운 글을 쓸 수 있을 것만 같다. 외국어나 한자말들이 우리말을 얼마나 병들게 하는지 말하고 있다.


한자말에 대한 생각은 나와 비슷한 구석이 많아서 반가웠다. 선생님은 한자어를 중국나라 말이라 불렀다. 중국나라 말을 써야 교양있는 사람이 되고 우리말을 쓰면 우습게 보는 것을 꼬집었다.


수학 시간 가장 많이 묻는 것은 '화장실 다녀와도 되나요?'이다. 며칠 전 한 아이가 손을 들었다.


"선생님 똥 싸고 올게요."
"갔다와라. 다음엔 화장실 간다고 해. 똥 싼다니까 바지에 그냥 하는 것 같아."


한바탕 웃음이 지루하던 수업을 바꾸었다.


잠깐 버릇없다고 생각했다. 나도 아직은 한자어를 우리말보다 좋은 말로 느끼고 있었다. 한자어를 모두 다 없앨 수는 없다. 없애서도 안된다. 하지만 걸맞은 말이 있다면 굳이 한자어를 쓸 필요가 없다. 오히려 조금 어색하더라도 더 많이 써서 한자어를 밀어내고 우리말이 살아나도록 해야겠다. 이제 한자어가 하던 우리말 죽이기를 영어가 하고 있다. 네 살 배기 우리 아들은 '와이퍼'를 '물지우개'라고 부른다. 우리말은 애가 더 잘한다. 우리말에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말을 못해서 영어를 쓰게 되는 건  아닐까?


이 책과 <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른다>를 더불어 읽으면 더욱 좋겠다. 한겨레에 실린 짧은 글들을 엮어 만든 책이다. 제목은 주시경 선생님이 하신 말이란다. 잘못 쓰고 있는 것들을 따로 모아 꼬집어 주고 있어 쉽게 읽을 수 있다. 넘치는 외래어와 외국어, 영어투 문장, 일본말 찌기 등 잡탕말 대홍수에 빠진 한글에 대하여 적고 있다. 글을 쓰려는 사람은 누구나 꼭 읽었으면 좋겠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꼭 보아야 할 책이다.


난상 토론을 벌인다의 난상(爛商)을 대학생들의 대부분이 어지러울 정도로 혹은 열띠게 토론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말의 본래 뜻은 차분하게 심사숙고하여 의논하는 것이다. '도랑치고 가재 잡는다'라는 속담을 '일석이조'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본래의 뜻은 도랑을 말끔히 치우고 난 다음 아무것도 없는 데서 가재를 잡으려 한다는 뜻으로, 일의 차례가 뒤바꾸었기 때문에 애쓴 보람이 없다는 뜻이란다.


'어제 통닭을 먹었습니다'를 읽어보자. 혹시 통다글이라 읽진 않았는가? '공권력'을 '공꿘녁'이라 해야 하나 '공궐력'이라 말해야 하나? 영어 발음에 애쓰는 만큼 우리말의 소리에 힘쓰고 있는가? 소수(素數)와 소수(小數)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자. 틀리게 말해야 하나? 다르게 말해야 하나?


제대로 쓰지 않은 글은 발표하지 말라던 이오덕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재주는 없지만 글을 내보일 욕심이 많다. 나 같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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