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잘 하려면 먼저 계산하는 힘을 길러야

수학이야기 2008. 4. 2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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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많지 않지만 잘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은 많다. 공자님 말씀인 "아는 이는 좋아하는 이만 못하고, 좋아하는 이는 즐기는 이만 못하다."는 빈 말이 아니다. 그러나 수학을 좋아하고 더 나아가 즐길 수 있으려면 수학이 뭔 지 알아야 할 것이다. 많은 이들이 수학을 그저 문제를 풀어 답을 구하는 것이라는 생각 한다. 어떤 사람들은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일반화라고 말한다. 그래서 열심히 문제만 풀어 답을 맞히는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개념이나 원리를 깨우치는 공부에 몰입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만 가지고 수학을 잘할 수는 없다.

계산을 하는 힘과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는 힘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내 생각엔 계산력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특히 초중등학교의 수학이라는 것은 엄밀히 따지자면 수학이라 부르기엔 부족한 것이 많다. 높은 수준의 수학은 부분부분의 계산보다는 개념이나 원리의 이해가 더 필요하지만 대입 수능 시험 정도의 수준의 문제들을 풀어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선 무엇보다 계산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 힘이 필요하다. 이것을 위해서 개념이나 원리의 이해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해만으로 계산이 잘 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반복적인 연습으로 계산의 속도와 정확성을 기르는 것이 수학을 잘하려는 이가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그냥 무턱대고 연습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정리된 연습을 해야 한다. 수업을 할 때 설명을 위해서 적는 식대로 따라하기만 해선 안된다. 학생들의 풀이 과정을 보다 보면 답지에 나온 대로 따라 하기만 하는 것을 자주 본다. 예를 들어 `f(x)=x^3 -2x^2 +4x+3`에서 `f(2)`를 계산하라고 하면 아무 생각도 없이 `f(2)=2^3 -2\cdot2^2 +4\cdot2+3`이라고 쓴 다음에야 계산을 한다. 잠깐만 생각하면 바로 답이 나오는 것도 자꾸만 쓰는 것에 기대는 것이다. 될 수 있으면 적게 쓰고 머릿속으로 계산하는 버릇을 길러야 한다. 일차 다항식으로 나눈 나머지를 구할 때도 무조건 조립제법부터 쓰고 보는 것도 안 좋다.

번분수의 계산을 보면 간단하지 않은 방법을 고수하는 이들이 많다. $$\displaystyle{\cfrac{\cfrac{a}{b}}{\cfrac{c}{d}}}$$를 어떻게 계산하고 있는가? 번분수는 분모에 또다시 분모가 있어서 문제이므로 가운데 막대를 기준으로 분모, 분자에 분모들 $b,d$의 최소공배수인 $bd$를 곱해서 $\displaystyle{\frac{ad}{bd}}$를 얻는 것이다. 그런데  $\displaystyle{\cfrac{1-\cfrac{1}{x-1}}{1+\cfrac{1}{x-1}}}$을 계산할 때도 분모와 분자에 들어있는 분모들을 없애기 위해 `x-1`을 분모와 분자에 모두 곱해주면 간단하게 $\displaystyle{\frac{x-2}{x}}$가 나오는 데도 꼭 답지에 나온 모양대로 $$\displaystyle{\cfrac{\cfrac{x-1-1}{x-1}}{\cfrac{x-1+1}{x-1}}}$$ 로 쓰고 나서야 계산을 한다.

양수인지 음수인지 먼저 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계산이 흐린 학생들은 부호를 자주 틀리게 적는다. 이런 실수를 자주 하는 이들은 (   )를 적절하게 쓰는 연습이 필요하다. `f(x)=x^3 `에서 `f(-2)=(-2)^4 `을  `f(-2)=-2^4 `로 잘못 적는 이들이 있다. 계산이 나름대로 잘된다고 하더라도 계산 연습을 게을리하면 계산이 느려지지 쉽다. 4점짜리 문제도 풀어야 하지만 3점짜리 문제를 빨리 풀어 어려운 문제를 풀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수준에 맞는 문제를 빨리 많이 풀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계산 과정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다 풀었는데 답이 나오지 않을 때 자기의 풀이 과정을 다시 확인하기 쉽게 하고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줄여 주기도 한다. 글씨도 알아볼 수 없게 빨리 적는다고 계산이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 꼼꼼히 정리하더라도 머릿속으로 하는 계산을 늘리는 것이 빨리 계산할 수 있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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