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나무가 만든다
사는이야기 2019. 4. 24. 14:15봄은 나무가 만든다
봄이다
겨우내 숨을 고르던 나무가
뿌리로 물을 길어 새잎을 낸다
싹둑 잘린 가지 끝에도
단단하게 굳은 등걸에도
보드랍고 싱그런 잎을 살포시 내민다
노동자는 나무다
새벽부터 한밤까지
피로 땀을 길어 세상을 만든다
멸시와 조롱에도
횡포와 협박에도
시간당 8350원에도
힘차게 세상을 만든다
나무가 멈추면 봄이 죽는다
노동자가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
나무는 따스한 바람과 촉촉한 봄비로 산다
노동자도 그렇다
브레히트는 서정시를 쓸 수 없다고 노래했다. 가지를 잘라낸 사람을 탓하지 않고 새잎을 틔우는 나무를 보며 감상에 젖다가 뜬금없이 최저임금을 생각한다. 최저임금을 업종이나 지역에 따라 차등지급하자는 자들이 있다는 기사 탓이다. 서정시를 쓰기엔 아직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