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와 가을

사는이야기/여행음식 2019. 10. 4.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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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대리 자작나무가 좋다는 소문은 오래전에 들었다. 속초 오가는 길에 표지판은 자주 보았지만 좀처럼 짬을 내지 못하다가 오늘에서야 처음 들렀다. 역시 소문대로 좋다.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다. 오늘은 좀 편해 보이는 왼쪽 길을 따라 올랐다. 길 옆에 구절초를 보며 오른다. 붉은빛이 도는 구절초가 많다. 주차장에서 4km 남짓 오르니 갑자기 눈처럼 하얀 자작나무 숲이 눈앞에 나타난다.

솔숲이었던 이곳이 자작나무 숲으로 바뀐 것은 솔잎혹파리 때문이다. 솔잎혹파리 피해를 입은 소나무를 베어내고 1989년부터 1996년에 거쳐 자작나무 70만 그루를 심었다고 한다. 2008년부터 어린이 숲 체험원으로 운영하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고 2012년부터 일반인에게도 개방하기 시작하였다. 2017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우수상)을 받았다.

오늘 금요일임에도 상당히 넓은 주차장이 가득 찼다. 아랫녘 사투리도 많이 들리는 것으로 보아 널리 알려진 모양이다. 잘 가꾼 숲이 마을을 살리고 있다. 불에 태울 때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탄다고 자작나무로 부른다. 처음으로 자작나무를 심을 생각을 한 사람은 누굴까 궁금하다. 자작나무는 단단하지 않아서 목재로써 가치는 별로 없다. 하지만 30년을 보내고 숲을 이루면 이런 쓸모가 있음을 알았던 현명한 사람이다. 

입안 가득 사탕을 문 아이처럼 귀여운 다람쥐가 있다. 겨울나기 준비하느라 바빠서 다가서는 사람도 신경쓰지 않는다. 자작나무 멧돼지는 열병을 앓지 않으니 살처분당할 일이 없어 좋겠다. 설악산 가는 길에 짬을 내서 들러 보면 좋겠다. 참고로 인제에서 꽃 축제도 열리고 있다. 자작나무 껍질을 벗기고 낙서를 하는 몰상식한 사람은 절대로 오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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