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을 맞아::::수학과 사는 이야기

한글날을 맞아

사는이야기 2019. 10. 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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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한글날이다. 훈민정음해례본 앞부분을 손으로 적어 본다. 판본 글씨와 비슷하게 쓰려고 애썼으나 쉽지 않다. 오늘날과 소리가 달라지고 사라진 글자도 있지만 쉽게 읽힌다. 백성을 아끼는 세종임금의 마음씨가 느껴진다. 

해마다 한글날이 돌아오면 여기저기 치이는 우리말에 대한 걱정이 많아지지만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가끔 생각해 보면 한글이 너무 완벽해서 탈인 듯싶다. 한글이 없었다면 방송에 넘쳐나는 온갖 외국말도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중국 글자인 한자만 있었다면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쓰기 어려우니 말이다. 베트남처럼 로마자를 빌려다 썼을까?

요즘 영어말을 아예 로마자로 표기하는 글이 많다. 워낙 영어 말이 많다 보니 우리말을 살려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조차도 가끔 로마자를 그대로 쓰는 때가 있다. 특히 줄임말이 그렇다. 생활기록부를 비롯한 공문서는 한글로만 적고 부득이한 경우 괄호 안에 로마자로 적을 수 있다고 지침에 쓰여 있다.

아르앤이(R&E) 활동을 하면서~~처럼 써야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자기소개서와 같은 글에서 그냥 'RNE'나 'R&E'로 적는다. 참고로 R&E는 Research and Education를 말한다. 학생들이 모여서 연구와 교육을 하고 논문을 쓰는 활동이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바로 그 소논문을 말한다. 

방송국 이름을 보라. 한국방송과 문화방송보다 'KBS'나 'MBC'로 적을 때가 더 많다. 어쩌면 '에스비에스'가 서울방송인 줄 모르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 보니 '제이티비시(JTBC)'는 아예 우리말 이름이 없는 듯하다. 정부 기관에서 내려오는 공문서도 한글이 아닌 로마자 그대로 적혀 있는 경우도 셀 수 없이 많다. 이 글을 읽으면서 로마자 'R'을 '알'이 아니라 '아르'로 적어야 함을 처음 안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영어를 배웠으니 로마자로 적어도 누구나 알아 볼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아직도 한글조차 모르시는 어르신이 많고 젊은이 가운데 글이 짧아서 영문자 그대로를 쉽게 읽지 못하는 이가 아주 많다. 이러다 세종임금 시절처럼 사람들이 이르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제 뜻을 쉽게 펼치지 못하지 않을까 두렵다.

우리 아들이 꼬마였을 때 일이다. 운전하고 있을 때 비가 내리자 아들이 말했다. "아빠 물지우개 좀 틀어요!" 아들이 천재인 줄 알았다. 물론 이제는 아들도 '와이퍼'로 부른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우리말은 어차피 한자말이 대부분이고 토박이 우리말은 너무 적어서 제대로 뜻을 옮기기 어렵다고 말이다. 우리말 공부에 게으른 사람의 핑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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