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개학 언제 해야할까?
사는이야기 2020. 5. 12. 13:12과학고에서 3학년 미적분을 가르치고 있다. 온라인 수업을 한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수업 플랫폼으로 쓰고 있는 구글 클래스룸에 자료가 제법 많이 쌓였다. 우리 학교는 온라인 수업이 제법 잘 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특히, 3학년은 조회와 종례까지 쌍방향으로 하고 심지어 희망하는 학생은 담임 선생님이 개설한 온라인 학습방에서 모여서 야간 자율학습도 하고 있다. 아침 일찍 아이들 깨워주고 밤에도 챙겨주니까 학부모 반응이 아주 좋다. 속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학생들도 말로는 좋다고 말한다.^^
하루 종일 컴퓨터로 수업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터인데 수업 시작 5분 전에 대부분 학생이 공부방에서 기다리고 있다. 심지어는 10분 전에 미리 와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도 한둘 있다. 등교 개학한 다음에도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보여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우리 학교는 기숙학교라 예정대로라면 3학년 학생들은 오늘 저녁에 학교에 와야 하는데 어제 또다시 등교가 1주일 미루어졌다. 안타까운 일이다.
교육부는 물론 어느 누구도 코로나 유행 상황을 예측하거나 통제하기 어렵다. 교육부가 겪고 있는 고충도 충분히 짐작하고 이해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구멍만 메우는 식으로 2주 더하기 2주 더 그리고 1주 연기하는 것은 제대로 된 대책이 아니라고 본다. 이제는 '상황이 호전되어 심각단계가 해제되었을 때'와 같이 등교 개학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할 때가 되었다.
나도 지난주까지는 등교 개학을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젠 '심각'인 상황에서 모든 학생이 등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난주 금요일, 13일 학생들이 등교하고 난 다음 비상 상황 대비를 위한 훈련을 하였다. 2학년 학생이 의심 증상을 보이는 상황을 가정하고 매뉴얼을 점검하였다. 지침에 따르면 모든 학생이 밥 먹을 때를 제외한 모든 시간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한다. 학교엔 비상 상황을 대비한 마스크만 비축되어 있다. 보통 때는 학생 개인이 준비한 마스크를 쓰고 지내야 한다. 길게는 2주 동안 기숙사와 학교에 있어야 하는데 도대체 마스크를 몇 개나 준비해야 하는지 가늠이 어렵다. 교사들은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과연 몇 시간이나 할 수 있을까?
지침에 따르자면 열이 37.5도 이상인 학생이 나올 때마다 학교는 비상 상황이 된다. 지난해 기숙사 일지를 보면 학생 수가 160여 명에 불과한 우리 학교에 열이 나서 해열제를 먹어야 했던 학생이 상당히 많다. 학생 수가 1000여 명인 학교는 날마다 열나고 기침하는 학생이 10명은 있을 것이다. 여러 차례 측정해도 열나고 기침하는 학생이 있다면 일시적 관찰실로 인솔하고 교실을 소독한다. 학교에 상황을 전파하고 부모님을 불러 진료소로 이송해야 한다.
일시적 관찰실로 학생을 인솔할 때 2미터 떨어져서 걸어야 한다. 일시적 관찰실에서도 거리를 두고 지켜보아야 한다. 보건 교사는 방역복을 입고 학생을 관찰한다. 학생은 뜻하지 않게 전염병 환자 체험을 하게 되는 셈이다. 고등학생도 쉽지 않은데 초등학생이 대상이라면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나마 의심에서 그친다면 다행이다. 확진이라도 받게 되면 학교는 진짜 비상 상황에 처하게 된다. 우리 학교만 한동안 문을 닫아야 한다면 입시를 앞두고 있는 3학년 학생과 학부모들 민원이 쏟아질 수도 있다. 지금 교장, 교감 선생님들 대부분 좌불안석이다. 우습게 들리겠지만 제발 우리 학교가 1번이 되지 않기만을 빌고 있다.
어제 새로 야간 근무명령을 기안했는데 다시 올려야 한다. 5월 29일로 잡았던 학부모 총회 일정도 다시 바꾸고 1회 고사 일정도 새로 검토해야 한다. 벌써 몇 번째인 줄 모르겠다. 방역 전문가와 교육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신중한 논의를 해야 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