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 밀집도를 낮추려면 돈을 좀 써라
사는이야기 2020. 9. 15. 17:41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당연히 학교도 피해 갈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스크 쓰기와 밀집도를 낮추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우리 학교는 마스크 쓰기가 잘 지켜지고 있다. 답답하지만 학생과 교직원 모두 마스크를 쓰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숙사에서 모든 학생이 생활하고 있어 밀접 접촉을 원천 봉쇄하기는 매우 어렵다. 셋이 같은 방에서 자고 같은 층에 있는 모든 학생이 같은 샤워실을 쓴다. 1학년이 원격 수업 중이라 낫지만 다음 주에 모든 학년이 등교하면 코로나 이전과 같은 상태가 된다. 외부와 단절된 기숙학교가 오히려 날마다 등하교를 하는 학교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걱정을 떨칠 수는 없다.
고육지책임을 알지만 교육부에서 밀집도를 낮추는 방안으로 학년 별로 등교하게 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한다. 어차피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인원을 줄이지 않으면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학급당 정원이 20명에 불과한 특목고인 우리 학교도 가까스로 지침에 있는 거리를 유지하는데 30명이 넘는 학교는 지침을 지키기가 가능하지 않다. 교육부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마스크를 쓸 수 없는 점심시간만이라도 밀집도를 낮추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지침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면 교실 안 인원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겨울이 오면 코로나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데 이대로 가다가 학교에서 감염이 만연할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 우선 현재 학급을 재편성해서 수업 시간 밀집도를 낮추어야 한다. 원격 수업을 하는 학년이 쓰는 교실을 사용하면 된다. 교사가 해야 할 수업이 늘어나겠지만 원격수업은 한꺼번에 많은 학생이 접속하도록 해서 시수를 줄일 수 있다.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여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참에 줄어드는 학생 수에 따라 교원을 감원하려던 계획을 바꿔 내년엔 학급당 인원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일반고에 다니는 아들이 있다. 내가 일하는 과학고 학생보다 훨씬 많은 날을 원격수업으로 보냈다.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교사들도 아직 원격수업에 최적화되지 못했다. 쌍방향 수업을 늘린다고 하지만 분명한 한계가 있을 것이다. 우리 학교는 이미 많은 교사가 쌍방향으로 수업을 해오고 있고 등교 수업도 많이 하고 있다. 실시간 조종례를 하는 담임도 많고 심지어 3학년은 원격수업 기간에 희망하는 학생들은 줌으로 접속하게 해서 야간 자율학습도 시켰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일반고 학생이 특목고 학생보다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교육부가 새로 내놓은 방안을 보니 모두 교사에게 책임을 떠 넘기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제대로 방역을 하려면 제발 돈을 좀 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