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공부할 때 정답지를 보는 방법
수학이야기/기하벡터 2020. 11. 10. 17:14수학을 잘하고 싶으나 잘 되지 않는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수학 공부에 힘쓰고 있지만 좋아하는 학생은 드물고 나아가 즐기는 학생은 아주 드물다. 오랫동안 수학을 가르치면서 많은 학생을 지켜보았다. 수학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어떻게 공부해야 수학을 잘할 수 있는가?'는 한 번쯤은 정리하고 싶은 주제다. 그냥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 둔다. 이 글은 중학교 2학년쯤 된 학생을 위한 글이지만 고등학생 1학년이 읽어도 좋을 듯하다.
오각형의 외각을 모두 더하면 얼마인가?
중학교 1학년을 지나면 어지간한 학생들은 이미 모든 다각형은 외각을 모두 더하면 $360$도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왜냐고 물으면 생각보다 많은 학생이 이유를 말하지 못한다. 심지어 '외각'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분명하게 답하지 못하는 학생도 있다.
정의 내각은 다각형에서 한 꼭짓점을 공유하는 두 변이 이루는 각이다. 외각은 한 변을 늘린 직선과 이웃한 변이 이루는 각이다.
일단 오각형은 언제나 그림과 같이 삼각형 3개로 나눌 수 있다. 이제 꼭짓점 $E$를 지나고 직선 $AD$와 평행인 직선을 긋는다.
$$\angle JEK=\angle EDA,\quad\quad \angle KEA=\angle EAD$$
이것으로 삼각형에서 외각은 안쪽에 있는 내각 둘을 더한 것과 같음을 보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아래 명제가 참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참임을 증명할 수 있으므로 아래는 정리이다.
1. 꼭짓점 $E$에 따르는 외각과 내각을 더하면 직선각 $180$도와 같다.
2. 삼각형 내각의 합은 $180$도이다.
이제 위에 있는 정리로부터 외각의 합은 직선각 5개에서 세 삼각형 내각의 합을 뺀 것과 같다.
$$180^o \times 5-180^o \times 3=180^o \times 2=360^o$$
사실 여기에도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3. 직선 밖에 한 점을 지나는 평행선을 언제나 그릴 수 있다.
4. 엇각과 동위각은 서로 같다.
3과 4는 증명할 수 있는 정리인가?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왜라는 질문에 답하다 보면 어느덧 모든 정리가 시작되는 출발점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출발점이 되는 증명 없이 스스로 참인 명제를 공리라고 한다.
가만히 살펴보면 엇각이 같으면 동위각이 같고 동위각이 같으면 엇각이 같다. 이것은 삼각형 내각의 합이 $180$도라야 성립한다. 어떤 것을 출발점으로 해도 된다. 유클리드는 원론에서 아래와 같이 공리를 제시하였다. 아주 유명한 평행선 공리다.
두 직선과 한 직선이 만날 때 있는 두 직선을 한없이 늘리면 같은 쪽에 있는 내각을 더해서 직각 둘(180도) 보다 작은 쪽에서 만난다.
suhak.tistory.com/153
평행선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만나지 않는 두 직선'이라고 답한다. 그런데 만나는지 만나지 않는지 어떻게 아냐고 물으면 대답이 선뜻 나오지 않는다. 평행선 공리를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클리드는 공준과 공통관념으로 불렀지만 요즘은 공리로 부르는 나머지까지 적어 보자.
공준
1 임의의 점에서 임의의 점으로 직선을 그릴 수 있다.
2 선분을 이어서 직선을 만들 수 있다.
3 임의의 중심과 반지름을 가진 원을 그릴 수 있다.
4 모든 직각은 서로 같다.
5 두 직선과 한 직선이 만날 때 있는 두 직선을 한없이 늘리면 같은 쪽에 있는 내각을 더해서 직각 둘(180도) 보다 작은 쪽에서 만난다.
공통관념1. 똑같은 것과 같은 것들은 서로 같다.
2. 같은 것에 같은 것을 더하면 그 더한 전체는 여전히 같다.
3. 같은 것에서 같은 것을 덜어내어도 그 나머지들은 여전히 같다.
4. 포개어서 같은 것들은 서로 같다.
5. 전체는 부분보다 크다.
위에 있지 않은 사실은 증명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수학은 계속해서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기하학에 있는 수많은 정리는 거슬러 올라가면 위에 적은 10가지 공리와 같은 말이 된다. 따라서 공리계만 완벽하다면 모순이 없는 체계를 만들 수 있다. 아쉽게도 괴델의 불완전성의 정리가 있지만 우리 수준에서는 생각지 않아도 된다.
유클리드가 수 천년이 지난 오늘날도 널리 알려진 까닭은 바로 수학을 하는 방법을 세웠기 때문이다. 모든 수학책은 유클리드가 원론을 기술한 방법을 따르고 있다.
1. 책에서 쓸 용어를 정의한다.
2. 공리를 세운다.
3. 정리를 증명한다.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 먼저 정의와 공리 그리고 정리를 분명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책을 쓰는 일과 문제를 푸는 일은 다르다. 책은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 난 다음 쓰기 때문에 정의를 먼저 다음에 공리를 문제 해결을 위한 많은 정리를 차례대로 배치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시험 시간에 만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다르다. 어려운 문제는 대부분 정리를 증명하는 것이다. 그것도 여러 가지 정리를 써야만 풀린다. 문제에 내가 정리하지 않은 용어가 들어있다. 따라서 문제 해결을 위해 먼저 정의를 따져봐야 한다. 간단한 보기를 들어 보자.
보기 $x>0$인 구간에서 함수 $f(x)=x^2$은 증가임을 보여라.
그래프가 오른쪽으로 올라가므로 증가한다고 말하면 많이 부족하다. 그래프가 왜 그렇게 그려지는가를 말해야 한다. 변수 $x$가 커지면 함숫값 $f(x)$도 따라서 커질 때 증가한다고 한다. '증가한다'를 조금 더 엄밀하게 정의하면 아래와 같다.
어떤 구간에 있는 임의의 실수 $x_1 , x_2$에 대하여
$x_1 < x_2$이면 $f(x_1)<f(x_2)$이 성립하면 함수 $f$는 이 구간에서 '증가한다'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 문제는 $0< x_1 < x_2$인 실수를 잡았을 때 $f(x_1)<f(x_2)$임을 보여야 한다. 이때 부등호의 정의가 필요하다.
$a<b\iff b-a>0$라고 정의한다. 조건 $b-a>0$은 $b-a\in R^{+}$로 양수임을 뜻한다.
풀이
$0< x_1 < x_2$이면 $f(x_2 )-f(x_1 )=x_2^2 -x_1^2=(x_2 -x_1)(x_2 +x_1 )>0$이다.
따라서 함수 $f$는 $x>0$일 때 증가한다.
풀이는 아주 간단하지만 왜 이렇게 써야 하는가를 이해하지 못하면 쉽게 답을 쓰기 어렵다. 더군다나 함수가 더 복잡해지면 더더욱 어렵다.
함수 $f(x)=x^3 -3x^2 -3x+4$가 증가하는 구간을 구하시오.
이제 그래프를 그리는 일이 쉽지 않다. 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것은 고등학교에서 미분을 배우며 많은 정리를 알게 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아무튼 문제 $D\Rightarrow A$임을 보이는 과정은 아래와 같다.
1. 해결에 필요한 정의 $\alpha$와 정리 B는 무엇인가? $B\Rightarrow A$
2. 1에서 찾은 정리를 증명하기 위한 정리 C는 무엇인가? $C\Rightarrow B$
3. 2에서 찾은 정리를 증명하기 위한 정리 D는 무엇인가? $D\Rightarrow C$
$\vdots$
이런 과정을 되풀이해서 문제 해결이 되었다면 이제 답지는 거꾸로 적는다.
$\alpha$일 때 $D\Rightarrow C$이므로 $C\Rightarrow B$이다.
따라서 $B\Rightarrow A$이다.
그러므로 $D\Rightarrow A$이다.
갑자기 $C$가 나온 것이 아니라 여러 단계를 거쳐서 나온 것임을 생각지 못하면 풀이를 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계속 답지를 참고하여 문제를 풀면 남이 풀어준 풀이를 따라 하는 연습만 하고 정작 중요한 1단계를 연습하지 못하게 된다. 도저히 풀리지 않아서 답지를 봐야 할 때 답지의 마지막 부분만을 참고하여 문제 풀이에 다시 도전하는 연습을 해야 하는 까닭이다.
수학을 잘하고 싶다면 유클리드처럼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를 풀 때 바로 유클리드처럼 되지 않는다면 범위를 축소하거나 구체적인 수를 대입해서 추측을 하고 이것을 일반화하는 방향으로 연습해야 한다. 답지를 참고는 하되 완전히 기대지는 말아야 한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답지를 그대로 베껴쓰기 보다 나만의 방식으로 답지를 재구성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