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는 왜 이 모양일까?
수학이야기 2022. 2. 5. 11:01이제는 아는 사람만 아는 전설이 된 드라마 '모래시계'가 있다.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도 나온다. '모래시계'에 나온 의리남 이정재를 옛날 사람은 다 안다. 요즘 젊은 사람은 고현정을 어떻게 기억할까? 기차도 제대로 서지 않던 정동진역을 단숨에 관광 명소로 만들었다. 정동진에 난데없이 1년에 한 번만 뒤집는 아주 커다란 모래시계가 있는 까닭이다. 사진을 보면 모래시계를 둥글게 만들었다. 왜, 그랬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시간을 나타내기 위해서 반드시 원이 있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 박물관에 전시된 시계는 대부분 둥글다. 또한 모두 원을 12칸으로 등분하는 걸 기본으로 삼아서 만들었다. 왜 10칸이 아니고 12칸일까 궁금한 이들을 위해 이 전에 썼던 글을 하나로 모아둔다.
바퀴, 병뚜껑, 베어링$\cdots$. 우리 주위에 원으로 부르는 물건이 참 많다. 그러나 모두 완전한 원은 아니다. 잉카엔 종교 때문에 수레바퀴가 없었다고 한다. 잉카를 제외한 다른 모든 문명에 바퀴가 있었다. 수레바퀴를 더 원에 가깝게 만들수록 효율이 좋다. 옛날 사람들은 완전한 원에 가까운 수레바퀴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완벽한 원을 향한 여정이 문명을 발달시켰다.
아래 그림은 $n=3$부터 $n=30$까지 정$n$각형을 차례대로 그린 것이다. 보이는 대로 점점 둥글어진다. 마지막 정 30 각형은 원이라고 해도 믿을 것이다. 사실 완벽한 원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데아 속에만 있다. 원은 한 정점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모든 점의 집합이다. 정점은 원의 중심이고 거리는 원의 반지름이다.
수레바퀴가 한 바퀴 돌면 얼마나 앞으로 나가게 될까? 실험에 의해 $3$보다 크고 $4$보다는 작다는 사실을 고대인들도 알고 있었다. 나아가 지름과 원둘레 사이에 상수 비율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원주율은 원의 지름(d)과 원둘레(C)의 비율이다. 1700년경부터 $\pi$로 나타낸다.
$$\pi=\frac{\text{C}}{\text{d}}$$
원주율을 흔히 π라고 표시하는 이유는 그리스어로 둘레를 뜻하는 "페리페레스"(περιφηρής) 또는 "페리메트론"(περίμετρον)의 머리글자에서 따왔기 때문에 누가 처음 사용했는지 확실하지는 않으나 18세기 스위스의 수학자 ‘오일러(Leonhard Euler; 1707~1783)’가 쓰기 시작한 다음부터 다른 학자들도 이 표현을 따랐다고 한다.
$\pi$는 무리수이다. 근삿값은 $3.141592653589793238 \cdots$인데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를 세운 사람은 $\displaystyle{2\pi=\frac{1760}{280} ≈ 6.2857}$로 계산했다고 하니 무척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pi$의 근삿값을 측정에 의해서 얻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 1mm까지 정확하게 재는 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엄청나게 커다란 바퀴를 굴려야 한 한다. 실제로 바퀴를 굴리지 않더라도 제법 큰 원을 그리고 그 둘레를 재야 한다. 기원전 2000년경에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displaystyle{3\frac{1}{8}(=\sim3.125)}$을 얻었고 고대 이집트인들은 $\displaystyle{3\frac{1}{7}}$ 또는 $\sim3.143$을 사용했다.
원주율은 소수점 아래 자리 수가 늘어나면 측정으로 근삿값을 얻기 어렵다. 수학은 인간이 마주한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게 돕는다. 아르키메데스는 정다각형의 변의 수를 늘려가면 원에 한 없이 가까워짐을 이용했다. 그는 정 96 각형은 충분히 원에 가깝다고 생각하여 근삿값을 구했다. 계산기도 없이 소수점 아래 세 자리까지 정확하게 구한 것은 수학의 힘이다. 아르키메데스에게 계산기만 있었다면 미적분은 훨씬 더 빨리 수학사에 나타났을 것이다.
1671년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그레고리는 아래와 같은 정리를 찾았다.
$$\theta=\tan\theta-\frac{1}{3}\tan\theta +\frac{1}{5}\tan\theta-\frac{1}{7}\tan\theta+\frac{1}{9} \tan\theta-\cdots$$
$\displaystyle{\theta=\frac{\pi}{4}}$일 때는 아래와 같다.
$$\pi=4(1-\frac{1}{3}+\frac{1}{5}-\frac{1}{7}+\frac{1}{9} - \frac{1}{11}+\cdots)$$
이 급수는 $\pi$ 수렴하지만 불행하게도 300개 항을 더해도 소수 둘째 자리까지만 정확하다. 하지만 단지 분수 급수의 합으로 원주율의 근삿값을 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이때부터 수학자들은 더 빠르게 수렴하는 급수를 찾아내기 시작하였다. 뉴턴 급수로 알려진 아래의 급수는 처음 4개 항으로 $3.14115$를 얻을 수 있다.
\begin{align}\pi=6 \big(\frac{1}{2}+\frac{1}{2\cdot3\cdot2^3}+\frac{1\cdot 3}{2\cdot4\cdot 5\cdot2^5 }+\frac{1\cdot 3\cdot5}{2\cdot4\cdot 6\cdot7\cdot 2^7 }+ \frac{1\cdot 3\cdot5\cdot7}{2\cdot4\cdot 6\cdot8\cdot9\cdot 2^9 }+\\ \frac{1\cdot 3\cdot5\cdot7\cdot9}{2\cdot4\cdot 6\cdot8\cdot10\cdot11\cdot 2^{11} }+ \cdots \big)\end{align}
옛날 사람들도 손가락은 열인데 왜 십진법보다 육십 진법을 썼을까? 고대 문명을 만든 이들은 하늘에 있는 별의 움직임으로 시간을 쟀을 것이다. 별은 원을 따라 운동하는 것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러므로 시간을 정할 때 어떤 별이 원둘레를 얼마나 움직였는가로 나타내려고 했을 것이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인도 원을 6등분 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원둘레를 반지름으로 잘라나가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직각을 만드는 4등분도 쉽게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4와 6으로 나누어 떨어지는 수는
$$12,24,36,48,\cdots,346,360,372,\cdots$$
가 있다. 이 가운데 360은 약수가 아주 많다. 게다가 1년의 날 수에 가깝기도 하다. $360=12\times30$에서 30은 달의 공전 주기와 비슷하다. 하루는 24시간으로 나누는 것이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왜 일까? 이것은 작도법과 관련이 있다. 유클리드 원론에도 정오각형을 작도하는 방법이 실려있다. 당연히 10 각형을 작도할 수 있다. 그러나 정삼각형과 정육각형처럼 누구나 쉽게 작도할 수는 없다. 시간을 재는 방법으로 6등분을 다시 이등분한 12등분을 쓰게 되었을 것이다. 중국을 비롯한 동양 문명에서 12 지신(자축인묘 진사오미 신유술해)을 쓴다.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문명 모두 하루를 나누는 개수는 12와 관련 있다.
각을 잴 때 60분법을 쓴다. 1도는 원둘레를 360 등분했을 때 한 칸에 해당된다. 1도보다 더 정밀한 각(시간)을 잴 필요가 생겼을 때 60 등분한 한 부분(라틴어 pars minuta->minute parts)으로 간단히 분(minute)으로 나누었다. 16세기 광학 망원경의 발달로 1분을 다시 60 등분한 두 번째 부분(pars minuta secunda)으로 초(second)가 도입되었다. 19세기 말에 이르러 거의 모든 과학 책이 10진 표기법으로 쓰일 때까지 60분법이 널리 쓰였다. 25분은 $\displaystyle{\frac{25}{60}}$도로 쓰지 않고 $0.41667$도로 쓰는데 분모에 6이 있어 유한 소수로 나타나지 않을 때가 많지만 어차피 측정과 관측에 오차가 있기 마련이므로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아직도 측량과 항해에서는 도-분-초를 쓰고 있다고 한다.
$$32^o \;\;44^{\prime}\;\;27^{\prime\prime}=\bigg(32+\frac{44}{60}+\frac{27}{3600}\bigg)^o=32.74083^o$$
참고 : 원의 역사(어니스트 지브로스키 지음)-경문사
지구는 스스로 돌면서 태양 둘레를 돈다. 다들 알고 있는 자전 주기를 1일이라 공전 주기를 1년이라고 부른다. 달력에 따르면 1년은 365일이다. 그러나 다들 알고 있듯이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시간인 태양일은 이보다 조금 더 길다. 1900년엔 약 365.24219879일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태양일은 1000년에 약 0.00006일이 줄어들기까지 한다. 그러니 태양에 꼭 들어맞는 달력을 만드는 일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한해에 비록 0.24219879이지만 100년을 모으면 무려 24일이나 되므로 그대로 365일짜리 달력만 쓴다면 겨울이었던 달이 가을이 될 수도 있다. 별 문제없는 이들도 많겠지만 농사짓는 이들에겐 이러면 곤란하다. 대제사장들 맘대로 윤달에 날짜를 끼워 넣었던 로마에서는 실제로 달력이 태양력과 무려 석 달이나 차이가 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어지러움을 없애려고 카이사르는 B.C. 46년을 445일로 만들었다.
그는 1년을 365.25일로 고정하고 4년마다 윤년을 두어 366으로 하고 나머지는 365일로 하도록 하였다. 홀수 달(1, 3, 5, 7, 9, 11월)은 31일로 짝수 달은 30일로 2월은 29일로 하도록 하였다. 참고로 로마 달력은 3월 1일에 시작했었는데 9월(September-7번째 달), 10월(October-8번째 달), 11월(November), 12월( December) 달 이름에 흔적이 남아있다.
이제 조금 복잡해 보이지만 간단한 수학을 해보기로 하자.
달력 1년에 조금 남는 태양력 0.24219879를 소수점 아래 다섯 자리까지 구하면 0.24220인데 이를 번분수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0.24220=\cfrac{1}{4+\cfrac{1}{7+\cfrac{1}{1+\cfrac{1}{3+\cdots}}}}$$
차례로 계산을 해보면 아래와 같다.
\begin{align}&\frac{1}{4} \\ &\frac{7}{29}=\cfrac{1}{4+\cfrac{1}{7}} \\ &\frac{8}{33}=\cfrac{1}{4+\cfrac{1}{7+\cfrac{1}{1}}} \\ &\frac{31}{128}=\cfrac{1}{4+\cfrac{1}{7+\cfrac{1}{1+\cfrac{1}{3}}}}\end{align}
4년에 1번씩 윤년을 두는 율리우스력보다 29년에 7번을 두는 것이 더 정확하고 33년에 8번을 두는 것이 좋지만 윤년 규칙을 정하기가 불편하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가 쓰는 그레고리력은 율리우스력을 보완해 400년에 윤년이 100번이 아닌 97번이 되도록 만들었다.
100의 배수가 되는 해는 4의 배수이지만 평년으로 하고 100의 배수 가운데 400의 배수가 되는 해는 윤년으로 하기로 했다. 2100년은 평년이고 2400년은 윤년이다. 그래도 차이 나는 것은 4000으로 나누어 떨어지는 해를 평년으로 하기로 해서 바로잡는다.
참고 "시간의 문화사" 1998년 영림카디널.
encykorea.aks.ac.kr/Contents/Item/E0058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