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시작된 매트릭스

수학이야기 2022. 5. 2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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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인터넷이다. 산학입문에서 구장산술 그리고 양휘산법까지 검색을 하다 보니 많은 사실을 알게 된다. 특히, 양휘산법에 이미 파스칼의 삼각형이 등장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았다. 양휘(1238경~1298경)는 송나라 사람이다. 블레즈 파스칼(1623년 6월 19일~1662년 8월 19일)보다 무려 400여 년을 앞선 시대를 살았다. 그런데 오늘날도 배우고 있는 이항정리를 연구했다고 한다.

원 안에 그려진 것은 산가지로 나타낸 숫자이다. 산가지는 나무를 잘라 삼각기둥 모양으로 만든다. 위 그림은 옆으로 눕혀 놓고 보아야 한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500년 경부터 산가지로 숫자를 나타내고 계산하다가 15세기 중반 주산으로 바뀌었지만 우리나라는 그후로로 19세기까지 사용했다고 한다. 산가지로 숫자를 나타내는 방법을 찾았다.

제1기 산학서 《산학계몽》의 명종횡결과 제2기 산학서 《묵사집산법》의 종횡법, 《산학입문》의 포산결, 행산위는 모두 산대 표기법에 관한 가결이다. 가결은 일, 백, 만, ⋯ 의 $10^{2n+1}$의 자리는 모두 세로놓기를 하고 십, 천, 십만, ⋯의 $10^{2n}$의 자리는 모두 가로놓기를 한다는 것, 6 이상의 수는 위쪽에 5를 나타내는 산대를 놓고 5는 산대 다섯 개로 나타낸다는 것, 산대 표기가 십진법의 원리를 따르고 있다는 것, 산대 표기법을 알면 비로소《구장산술》을 배울 준비가 된 것이라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결에서 노래한 산대 표기법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그림 1>의 왼쪽 그림과 같다.
<그림 1> 종횡법에 따른 산대 표기와 《구수략》의 산대 표기

<그림1>의 오른쪽 그림은 가로놓기와 세로놓기를 교대로 적용한 987,654,321의 산대 표기이다. 산대 표기법에 따르면, 십의 자리의 6과 일의 자리의 6을 나타내는 산대의 방향이 다르다. 예를 들어 864와 36을 표기하면, 아래와 같이 나타내 진다.

864와 36


산대 표기법의 가장 큰 의의는 십진 위치적 기수법에 있다. 마치 오늘날의 인도·아라비아 숫자에 준하는 산대기호 9개를 사용하여 위치로서 자릿값을 나타내는 것이다. 같은 방향으로만 산대를 놓을 경우 잘못 읽을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서 가로놓기와 세로놓기를 번갈아 적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출처: https://www.koreascience.or.kr/article/JAKO201430756851958.pdf

 

위에 있는 자료에는 분수를 나타내는 방법도 나온다. <구장산술>에서는 빨강 막대로 음수를 표현했고 <구수략>에선 일의 자리에 기울어진 산가지를 덧붙여 음수를 나타냈다. 서양에서는 17세기 데카르트가 음수를 어느 정도 인정하기까지 수로 다루어지지 않았으니 동양이 서양보다 상당히 앞섰다. 한편, 빈칸이나 동그라미로 $0$을 나타냈다.

산가지로 연립방정식 풀기

산가지로 숫자를 나타낼 수 있으니 이제 연립방정식을 풀어 보자.

\begin{align}3x+2y=8\tag{1}\\2x+4y=8\tag{2}\end{align}

문자는 자리만 차지하고 있을 뿐이므로 계수만 따로 떼어내 계산하면 된다. 다들 알고 있듯이 등식은 양변에 같은 수를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어도 성립한다.(단, $0$으로 나눌 수는 없다.) 이런 등식의 성질을 사용하여 연립방정식을 풀 수 있다.

구장산술과 같은 책에선 연립방정식을 아래 그림의 왼쪽과 같이 계산하였다. 오른쪽은 현대 수학에서 행렬로 푸는 모습이다. 선형대수학의 기본인 가우스-조단 소거법이다.

행렬은 영어로 매트릭스(Matrix)로 부른다. 매트릭스는 아주 오랜 된 영화 제목이기도 하다. 오늘날 컴퓨터 프로그램은 매트릭스 연산으로 운영된다고 할 수 있다. 동양이 서양보다 연립방정식 풀이에서는 천여 년 이상을 앞섰다고 할 수 있다. 미지수가 3개인 연립방정식까지는 산가지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미지수가 더 많은 연립방정식을 일반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다면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수학에서 크게 앞섰던 동양이 서양에게 역전을 당한 까닭이 바로 실생활 문제 해결에만 만족하고 더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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