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론 1권_명제4 두 삼각형이 서로 합동이 되려면
수학이야기/유클리드원론 2018. 12. 16. 13:32중학교 1학년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삼각형을 들고 싶다. 유클리드 '원론'에 정삼각형을 작도하는 것이 가장 먼저 나온다. 그만큼 중요하다. 과학고 입시 면접을 하면서 가끔 묻는다.
"사각형의 모든 내각의 합은 얼마입니까?"
"마주 보는 두 꼭짓점을 이으면 삼각형 둘로 나누어집니다. 삼각형 내각의 합은 180도 이므로 사각형은 360도입니다."
"그러면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왜 180도일까요?"
"..................."
아주 간단한 질문이지만 뜻밖에 정확한 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바로 맞출 수 있어야 과학고에서 공부할 자격이 있다. 요즘은 옛날과 달라서 교과서에서 엄밀한 증명이 많이 사라졌다. 자유 학년제 탓인지 주로 '삼각형을 찢어서 세 각을 모아 놓으면 180도가 됩니다.'라는 대답이 많이 나온다. 초등학생이라면 이쯤하면 되지만 중학생은 여기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너무 당연해 보이는 걸 증명해 보는 것에서 수학 공부를 위한 능력이 길러진다. 어지간한 중학생은 모두 두 삼각형이 합동이 될 조건을 알고 있다. 질문과 동시에 거의 기계처럼 답한다. "SSS 합동, SAS 합동, ASA 합동이 있습니다." 물론 모든 걸 증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잘 외우고 활용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두 변과 사이에 끼인 각이 같으면 왜 합동일까에 대한 궁금증을 가져야 한다. (참고로 변과 각은 각각 영어로 side와 angle이다.)
유클리드 원론 1권에 명제 4는 아래와 같다.
두 삼각형에서 두변과 사이에 낀 각이 서로 같다면 나머지 변과 각들은 서로 같다.
너무 당연해서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 고민된다. 먼저 '같다'는 어떻게 정의했을까 알아야 한다. 유클리드는 서로 포개서 꼭 맞게 겹쳐지는 것을 '같다'고 정의했다. 따라서 삼각형이 꼭 맞게 겹쳐짐을 보이면 된다.
아래 그림에서 변$AB$, 변$AC$가 변$DE$, 변$DF$와 각각 같고 각 $BAC$와 각$EDF$가 서로 같다고 가정하자.
이제 나머지 변$BC$와 변$EF$, 각$ABC$는 각$DEF$와 같고 각$ACB$는 각$DFE$와 같음을 보이면 된다.
먼저 꼭짓점 $A$를 $D$에 포개어 놓고 직선 $AB$를 직선 $DE$에 포개어 놓자.
$\overline{AB}=\overline{DE}$이므로 꼭짓점 $B$는 $E$와 포개어 진다.
$\angle{ BAC}=\angle{EDF}$이므로 $AB$와 $DE$가 포개져 있으면 직선 $AC$와 직선 $DF$도 포개어 진다'.
따라서 점 $C$와 점 $F$도 포개진다. ($\because \overline{ AC }=\overline{DF}$)
앞에서 점 $B$와 점 $E$가 일치하므로 밑변 $BC$와 밑변 $EF$는 같다. (두 점을 잇는 선분은 단 하나다. )
그러므로 삼각형 $ABC$와 삼각형 $DEF$은 빈틈없이 포개어 진다.
그러므로 나머지 각도 서로 같다.
$$\angle {ABC}=\angle {DEF},\;\;\angle {ACB}=\angle {DFE}$$
$\blacksquare$
이렇게 두 삼각형이 같은 것을 합동($\equiv$)이라고 한다.
$$\triangle ABC\equiv\triangle DEF$$
명제 26은 다음과 같다.
두 각이 각각 같고 한 변이 같은 두 삼각형은(서로 같은 변이 두 각과 모두 만나거나 건너편에 있는 변이라도) 나머지 각과 변도 서로 같다.
보통 교과서에 한 변과 양 끝각이 같다고 적지만 굳이 양 끝각일 필요는 없음을 금세 알 수 있다.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도로 일정하다는 명제를 증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명제는 둘로 나누어 증명한다.
$\triangle{ABC},\triangle{ DEF}$이 있다.
$$\angle{ABC}=\angle{DEF} ,\angle{BCA}=\angle{EFD}\tag{1}$$라고 하자.
먼저 1. $\overline{BC}=\overline{EF}$라 하고 나머지 두 변과 각이 서로 같음을 보이자. (한 변과 양 끝각이 같은 경우)
즉, $\overline{AB}=\overline{DE}$와 $\overline{AC}=\overline{DF}$이고 $\angle {BAC}=\angle {EDF}$ 임을 보이기로 하자.
만약에 $\overline{AB}\not=\overline{DE}$이면 어느 하나가 클 것이다.
이때, $\overline{AB}>\overline{DE}$라고 하면 $\overline{BG}=\overline{DE}$인 점 $G$를 잡을 수 있다.
$\overline{BG}=\overline{DE}$, $\overline{BC}=\overline{EF}$, $\angle{ABC}=\angle{DEF}$이므로 명제 4에 따라서
$$\triangle GBC\equiv\triangle DEF$$
$$\angle{GCB}=\angle{DFE}$$
이것은
$$\angle{GCB}=\angle{ACB}\;\;\;(\because (1)\angle{BCA}=\angle{EFD})$$라야 하므로 모순이다.
$$\therefore \overline{AB}=\overline{DE}$$
명제 4에 따라
$$\triangle ABC\equiv\triangle DEF$$
2. 다음으로 $\overline{AB}=\overline{DE}$이고 $\overline{BC}\not=\overline{EF}$라고 하자.
만약에 $\overline{BC}\not=\overline{EF}$이면 어느 하나가 클 것이다.
이때, $\overline{BC}>\overline{EF}$라고 하면 $\overline{BH}=\overline{EF}$인 점 $H$를 잡을 수 있다.
위와 마찬가지로
$$\triangle ABH\equiv\triangle DEF$$ 이므로
$$\angle BHA=\angle EFD$$이다.
이것은
$$\angle BHA=\angle BCA\;\;\;(\because (1)\angle{BCA}=\angle{EFD})$$가 되므로 모순이다.
따라서 $\overline{BC}=\overline{EF}$이므로
$$\triangle ABC\equiv\triangle DEF$$
$\blacksquare$
이처럼 그냥 외우면 간단한 정리도 막상 증명하려고 하면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한다. 오죽하면 뛰어난 수학자 데카르트도 이 과정이 힘들어서 해석기하학을 만들었을까? 나머지 세 변이 같으면 합동이라는 것은 각자 증명해 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