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 85를 다시 생각한다
사는이야기 2020. 10. 28. 08:48오마이뉴스 기사 '우리는 김진숙에게 빚진 줄 모르고 살았다'를 읽고 옛날 기억을 더듬어 본다. 블로그를 한참 뒤져서 옛날에 썼던 글을 찾아 읽었다.
2011년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과 레고로 만든 '희망버스 이야기'를 보았다. 영상에는 희망버스가 크레인 위에 있는 김진숙 지도위원을 향해 날아오르는 장면이 있다. 아들이 물었다. '왜 버스가 날아가냐고 사람이 내려오면 되지?'
▲ 희망버스 https://bit.ly/35KdLei
지금도 좋아하지만, 초등학생이었던 아들은 레고를 무척 좋아했다. 아들과 함께 레고로 만든 크레인 85로 노동자 김진숙을 응원했다. 2011년에 만들어진 아카이브가 아직도 남아 있다.
▲ 크레인 85 https://bit.ly/2J11bzl
2018년 '또 다시 희망버스'란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이때도 레고로 만든 사진을 함께 아래와 같이 적었다. 2018년 12월 29일 파인텍 노동자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 등 2명은 413일 째 굴뚝 위에 있다. 7년이 지나 초등 1학년이던 아들은 중학생이 되었다. 강산이 달라져도 노동자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 고공투쟁 2018년 파인텍 노동자
▲ 연대가 희망이다 https://suhak.tistory.com/723
2020년 올해 아들은 고등학생이 되었다. 아주 긴 세월이 흘렀지만 김진숙 위원은 아직도 일터로 돌아가지 못했다. '촛불혁명'을 말하던 이들이 정권을 잡았다. 그러나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입으로는 개혁을 외쳤지만 도대체 뭘 바꾸었는지 보이지 않는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 흔히 개혁은 ‘혁명보다 현실적이고 현명한 사회변화‘ 쯤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역사를 조금만 살펴보면 알 수 있듯, 개혁이 이루어지는 유일한 경로는 ‘혁명적 지향에 대한 지배계급의 타협’이다. 지배계급은 구체적 위기의식 없인 절대 먼저 양보하거나 타협하지 않는다. 예컨대 오늘 한국인들이 선망하는 사민주의 복지사회는 젠체하는 사민주의자들이 말하듯 ‘사민주의 아이디어에 대한 전 사회적 양보와 타협’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혁명적 사회주의 운동의 공세에 대한 지배계급의 도리 없는 타협’(그래서 ‘계급 타협’이라 부른다)으로 만들어졌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은 개혁이 혁명적 지향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은폐한다는 점에서 교활하며, 개혁으로는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점에서 어리석다. 진심으로 개혁을 원한다면 혁명을 시작하라. 혁명이 싫다면 개혁도 꿈꾸지 마라. 출처: 김규항 님 페이스북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굴뚝에 크레인에 오른 사람을 뜨겁게 응원해야 한다. 고단한 노동으로 쓰러져 목숨을 잃는 택배 노동자가 한둘이 아니다. 혁명적 저항으로 지배계급의 양보를 이끌어 내야 한다. 또 다시 희망버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