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논의 역설

수학이야기 2023. 6. 17.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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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 역설(Zeno's paradoxes)

고대 그리스 엘레아의 제논은 역설로 유명하다. Zeno를 제노가 아니라 제논으로 부르는 까닭은 잘 모르겠다. 플라토$^{Plato}$가 아니라 플라톤으로 부르는 것과 같은 까닭이리라. 역설의 기원은 분명하지 않으나 제논의 스승인 파르메니데스의 '모든 실재는 하나이며 모든 변화는 불가능하다.'는 일원론 교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여겨진다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뭐 이런 어이없는 주장까지 따져봐야 하나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워낙 오래되고 유명한 역설이므로 정리해 놓는다. 제논의 역설은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의 『물리학』과 그에 대한 심플리치우스$^{Simplicius \;of\; Cilicia}$의 해설에 남아 있다.

이분법의 역설(Dichotomy paradox)

움직이는 것은 목표 지점에 다다르기 전에 중간 지점을 지나야 한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물리학 VI:9, 239b10

아탈란타가 길 끝으로 간다고 가정하자. 그는 그곳에 도착하기 전에 절반을 가야 한다. 길의 절반을 가기 전에 4분의 1을 이동해야 한다. 4분의 1을 이동하기 전에 8분의 1을 이동해야 하고, 8분의 1을 이동하기 전에 16분의 1을 이동하는 식으로 이동해야 한다. 무한한 과정을 되풀이해야 하므로 목표 지점에 다다를 수 없다. 정해진 거리는 항상 2로 나눌 수 있으므로 첫 번째 거리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여행은 아예 시작조차 할 수 없다. 지나가야 하는 지점의 위치를 수열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left\{ \cdots, \frac{1}{32},\frac{1}{16},\frac{1}{8},\frac{1}{4},\frac{1}{2},1 \right\}$$

 

아킬레우스는 거북이를 이길 수 없다

경주에서 가장 빠른 주자가 가장 느린 주자를 추월할 수 없다. 이유는 추격자가 먼저 추월을 시작한 지점에 도달해야 하는데 느린 주자가 항상 앞에 있기 때문입니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물리학 VI:9, 239b15

아킬레우스는 거북이보다 10배 빠르다. 100m 앞에 있는 거북이를 추월하기 위해 달려가면 거북이는 10m 앞에 있다. 다시 10m를 쫓아가면 거북이는 1m 앞에 있다. 무한번 되풀이해도 거북이는 항상 아킬레우스 앞에 있게 된다. 따라서 아킬레우스는 거북이를 추월할 수 없다.

날아가는 화살은 멈춰 있다

같은 공간에 있는 모든 것이 그 순간에는 정지해 있다면, 운동하는 것은 항상 어느 순간에는 그런 공간에 있다면, 날아가는 화살은 그 순간과 다음 순간에 움직이지 않지만 두 순간을 동일한 순간 또는 연속적인 순간으로 간주한다면 그것은 운동하고 있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물리학 VI:9, 239b5

화살이 날아가고 있다고 가정할 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화살은 어느 점을 지날 것이다. 한 순간 동안이라면 화살은 어떤 한 점에 머물러 있을 것이고, 그다음 순간에도 화살은 어느 점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화살은 항상 머물러 있으므로 사실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무한급수로 생각하기

요즘은 무한급수를 엄밀하게 다룰 수 있어서 쉽게 모순을 찾을 수 있다.

아킬레우스와 거북이의 경주에서 아킬레우스가 달리는 거리를 수열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100,\;\; 10,\;\;1,\;\;\frac{1}{10}, \cdots$$

아킬레우스가 달리는 거리의 합을 무한급수로 구해보면 유한한 값이므로 완주하는데 무한한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참고 이렇게 무한급수를 유한합을 구하고 이 부분합의 극한값으로 정의한 사람은 달랑베르(Jean Le Rond d'Alembert, 1717-1783)이다. 제논의 역설을 끝내는데 이천 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sum_{n=1}^{\infty}100 \left(\frac{1}{10}\right)^{n-1}=\lim_{n\rightarrow \infty}\cfrac{100\left(1-\left(\cfrac{1}{10}\right)^n\right)}{1-\cfrac{1}{10}}=\frac{1000}{9}$$

절차가 무한 번이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무한한 길이와 시간이 필요함을 뜻하지 않는다. 

첫 번째 역설에서 목표지점부터 이등분점까지의 거리를 거꾸로 더해보면

$$\sum_{n=1}^{\infty} \left(\frac{1}{2}\right)^{n}=\lim_{n\rightarrow \infty}\cfrac{\cfrac{1}{2}\left(1-\left(\cfrac{1}{2}\right)^n\right)}{1-\cfrac{1}{2}}=1$$

모든 점은 길이가 없다. 길이가 0인 점은 아무리 늘어놓아도 길이는 여전히 0이다. 따라서 선분 위의 모든 점을 다 지나가는데 필요한 시간은 0이다. 선은 단순하게 점을 이어 놓은 것이 아니다. 점이 움직여서 선을 만든다는 생각은 버리기로 하자.

유클리드는 유클리드 원론 1권에서 점과 선을 아래와 같이 정의했다.

  • 정의 1. 점은 부분이 없는 것이다.
  • 정의 2. 선은 폭이 없는 길이다.
  • 정의 3. 선의 끝은 점이다.
  • 정의 4. 직선은 점이 한결같이 고르게 놓인 선이다.

점과 선은 차원이 다르다. 점이 움직여서 선이 되는 것이 아니고 선을 자르면 끝에 점이 있는 것이다.

아래와 같은 식을 완성하는데 걸린 세월을 생각하면 그 아름다움을 음미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begin{split}0.\dot{9}&=0.999\cdots\\&=0.9+0.09+0.009+\cdots\\&=\sum_{n=1}^{\infty}\frac{9}{10}\left(\frac{1}{10}\right)^{n-1}\\&=\lim_{n\rightarrow \infty}\cfrac{\cfrac{9}{10}\left(1-\left(\cfrac{1}{10}\right)^n\right)}{1-\cfrac{1}{10}}\\&=1\end{split}$$

https://en.wikipedia.org/wiki/Zeno%27s_paradoxes#Paradoxes

 

Zeno's paradoxes - Wikipedia

From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Set of philosophical problems Zeno's paradoxes are a set of philosophical problems devised by the Eleatic Greek philosopher Zeno of Elea (c. 490–430 BC). History[edit] The origins of the paradoxes are somewhat unclea

en.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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